동대문 야구장의 마지막 경기 그리고 홍상삼
- 야구 이야기
- 2017. 11. 5. 23:30
아마 30대가 넘은 야구팬들이라면 아직 동대문 야구장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1982년 전두환 대통령이 바로 이곳 동대문 야구장에서 시구를 하며 프로야구의 시대를 열었던 곳이다. 야구팬이라면 아직 동대문에 가면 그곳에 있었던 야구장이 떠오르곤 하는 추억의 장소이다. 필자는 동대문 야구장을 생각 하면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2007년 제3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다. 이 대회는 동대문 야구장이 철거 되기 전 마지막 전국 대회로 있으나 실제로는 대통령배 전국 대학 야구 대회가 마지막으로 열린 대회로 기록 되어 있다. 어찌 되었든 당시 동대문 야구장이 철거 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리는 대회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봉황대기 결승전을 TV로 관전 하였던 기억이 난다.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 이지만 이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바로 현 두산베어스의 홍상삼 선수 때문이다.
당시 결승전에서는 충암고와 덕수고가 맞붙었다. 9회까지 충암고가 1대0으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홍상삼 선수는 2아웃을 잡아내고는 야수들을 향해서 검지손까락 하나를 들어 세우며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우승을 한다는 것에 대한 신호를 알리는듯 하였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뜨거웠고 홍상삼 선수의 눈빛은 강열 하였다. 유력한 MVP 후보로 떠올랐던 홍상삼 선수는 실로 너무 멋있었다. 그 후 이어지는 타자가 홍상삼 선수의 공을 걷어 올려 뜬볼이 나왔는데 정말 어정한간 위치에 떨어지며 행운의 2루타로 연결 되었다. 홍상삼 선수도 잘 던졌고 야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느껴질만한 행운의 타구였다. 그래도 홍상삼 선수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 라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타자에게 우익수 앞 2루타를 맞고 1:1 동점이 되고 말았다. 봉황대기 우승에 아웃카운트를 하나 남겨두고 동점을 허용 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홍상삼 선수가 그 순간 바닥에 주저 앉더니 통곡하기 시작 한다. 주위 선수들이 일으켜 세워 보지만 그저 바닥에 주저 앉아 궁시렁 대기 시작 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우익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욕을 하기 시작 한다. 절말 놀라웠다. 지금까지 팀을 이끌며 9회까지 달려왔던 그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우익수가 이 상황에서 왜 손까락질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홍상삼 선수 자신에게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홍상삼의 이러한 모습은 몇분간 계속 되었고 전국의 TV로 생중계 되었다. 역사적인 동대문 야구장의 마지막 게임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에서 그것도 전국에 생중계 되고 있는 상황에 9회초 동점을 허용 한 후 투수가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야수에게 손까락질을 하며 욕설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야구팬들은 과연 홍상삼 선수를 어떤 선수로 기억 하게 되었을까??
결과적으로 연장 혈투끝에 충암고가 우승한 후 홍상삼 선수가 MVP를 수상 하였지만 당시 경기를 처음부터 지켜본 나로써는 홍상삼이 과연 MVP를 받을 자격이 잇는 것인지 의심 스러웠다. 특히 추억의 동대문 야구장이 철거 되기로한 시점에서 펼쳐진 경기라 개인적으로 너무나 보기가 좋지 않았다. 아직도 동대문을 지나거나 동대문 야구장 관련 소식을 접하면 이 경기가 떠오르는 나로써는 야구팬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동대문 야구장에 몇 존재 하지 않는 안좋은 기억을 세긴 선수로 기억 되고 있다.
그 후 이 일이 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져갈 무렵 필자는 두산베어스에서 홍상삼 선수의 선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충암고의 주장이였을지 모르지만 프로에서는 갓 입단한 막내 신인 선수이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이나 실책을 범하는 경우에도 봉황대기 결승전에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프로무대를 경험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 진 것인지 아니면 훗날 많은 후배를 거느리는 고참 선수가 되었을 때 지난 고교야구시절과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인지는 세월이 지나 봐야 알 것같다. 다만 홍상삼 선수가 프로에서는 고교야구와 달리 세월이 흐른다고 많은 후배들이 따르는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정신적인 것 부터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배워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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